영화 ‘라라랜드’는 2016년 개봉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해프닝으로도 화제가 되었지만, 그 본질은 꿈, 사랑, 현실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선택지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해 나가는지를 감각적이면서도 철학적으로 담아낸 점에 있습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작품인 만큼, 이번 글에서는 ‘엔딩’, ‘감성적 연출’, 그리고 ‘OST’를 중심으로 라라랜드를 깊이 있게 다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엔딩, 왜 그렇게 끝났을까?
라라랜드의 결말은 많은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이 각자의 꿈을 이룬 후, 서로를 지나쳐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은 그 어떤 멜로 영화보다 강렬한 여운을 줍니다. 극 중 마지막 10분, 세바스찬의 재즈바에 들어선 미아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세바스찬 사이에 흐르는 눈빛과 상상의 시퀀스는 마치 시간을 멈춘 듯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이 상상의 시퀀스는 “만약 우리가 함께 했더라면?”이라는 가정을 환상적으로 그려내며, 두 사람이 함께 겪었을지도 모를 인생을 스쳐 보여줍니다. 그것은 비단 '해피엔딩'이 아닌, 우리가 인생에서 놓칠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었던 사랑, 하지만 각자의 길에서 꿈을 이룬 두 사람. 이것이야말로 라라랜드가 가진 ‘현실 속 환상’의 매력입니다.
이 결말은 “꿈을 이루려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슬픈 결말이 아닌, 현실적인 아름다움이 배어 있는 엔딩이죠. 특히 세바스찬이 마지막으로 피아노를 치고 고개를 들어 미아와 눈을 맞추는 그 순간은, 말 한 마디 없이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명장면으로 기억됩니다. 관객 역시 이 장면에서 각자의 과거와 선택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감성의 정점, 색채와 리듬의 시각 언어
라라랜드는 영화 그 자체로 하나의 회화 작품처럼 느껴질 정도로 색채와 구도가 아름답습니다. 오프닝 장면부터 LA 고속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씬은 관객을 단번에 영화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밝고 경쾌한 ‘Another Day of Sun’과 함께 다양한 인종과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춤을 추며, ‘꿈의 도시’ LA에 대한 환상을 심어줍니다.
영화 전체에서 색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미아는 노란색, 파란색, 녹색 원피스를 자주 입으며 각 장면의 분위기와 그녀의 심리 상태를 드러냅니다. 색채는 단순한 미장센 요소가 아닌, 인물의 감정선과 연결되어 스토리텔링의 도구로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꿈을 향한 설렘이 가득한 장면에서는 밝은 톤이, 갈등이나 이별을 암시하는 장면에서는 어두운 색조가 주를 이룹니다.
카메라 워킹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원테이크 장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인물의 감정 변화나 분위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대표적으로 ‘A Lovely Night’ 장면에서는 미아와 세바스찬이 언덕길을 오르며 티격태격하는 대화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춤을 추는 뮤지컬로 전환됩니다. 이 장면은 사랑의 시작점을 아름답고 가볍게 묘사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두 사람의 케미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또한 라라랜드는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합니다. 세트 디자인, 춤의 구성, 장면 전환 방식 등이 ‘사랑은 비를 타고’, ‘쉘부르의 우산’ 등 명작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현대적 감각과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이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시각 언어들이 라라랜드를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닌, ‘감성예술’로 완성시킵니다.
OST가 전하는 감정선의 흐름
라라랜드를 이야기할 때 음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스틴 허위츠가 작곡한 이 영화의 OST는 그 자체로도 수많은 상을 휩쓸었으며, 장면 하나하나에 감정을 덧입히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재즈를 기반으로 한 음악들은 세바스찬의 내면과 직결되어 있으며, 그의 감정 흐름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City of Stars’는 영화의 메인 테마로, 반복되는 멜로디와 가사 속에 두 주인공의 설렘, 혼란, 사랑, 그리고 이별의 감정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이 곡은 미아와 세바스찬이 함께 부르며 관계가 무르익는 장면에 삽입되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선은 매우 복잡하고 풍부하죠.
‘Audition (The Fools Who Dream)’은 미아가 오디션에서 부르는 곡으로, 배우로서의 꿈, 열정, 그리고 자신이 본 할머니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노래 장면을 넘어, 미아가 진정한 자신을 표현하고 꿈을 향한 마지막 도전을 하는 순간입니다. 특히 감정이 폭발하는 후반부에서는 관객조차 숨을 죽이고 그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이 외에도 배경음악들은 각 장면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둘이 처음 만나는 재즈바에서 흐르는 피아노 선율, 언덕 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의 경쾌한 리듬, 이별 장면에서 흐르는 잔잔한 테마 등은 모두 이야기의 흐름을 음악으로 이끕니다. 음악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라라랜드의 OST는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음악 작품이자, 영화 속 감정의 매개체입니다. 단어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음악의 힘을 통해, 관객은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때의 감정을 회상하게 됩니다.
‘라라랜드’는 단순히 아름다운 음악영화가 아닙니다. 선택과 꿈, 사랑과 현실이라는 인생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관객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보고 싶어지는 이유는, 우리 각자의 삶에도 미아와 세바스찬의 흔적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라라랜드의 감성과 음악 속으로 다시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